지리산(성삼재~노고단~반야봉~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법계사~중산리) [ 2009. 6. 25 ] ◎ 산행길 : 성삼재(04:10)~노고단정상(05:00 일출 05:45)~임걸령(06:35)~반야봉(07:35 복장교체 07:50)~토끼봉(09:03)~연하천대피소(12:00 식수보충 12:05)~벽소령대피소(11:30 식사휴식 12:10)~세석대피소(14:40 식수보충 14:55)~장터목대피소(16:25 휴식 16:35)~통천문(17:17)~천왕봉(17:40 촬영 17:55)~법계사(18:50)~칼바위(19:46)~중산리탐방입구,하산완료(20:20) 인간의 한계는 어디일까? 쉰다섯을 성찰하면서 역경 극복을 위하여 인간한계지경에 다다를 만큼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물음에 선뜻 답을 못하고 지리산 극한 산행을 준비한다. 단지 무박 16시간 종주 산행만으로는 극한도전이라기엔 뭔가 아쉬어 가장 최악의 컨디션 환경을 조성한다. 잠을 최대한 자지 않을 것, 식사를 거의 하지말 것 등등.. 대신 생사여탈을 관장하는 神과 담판한다. "내게 절박한 간절함이.. 절실한 소원이 있습니다. 나의 이 최악조건하의 종주가 성공리 완성되면 반드시 소원이 이뤄지게 하소서.. 도저히 들어줄 수 없거든 산행중 심장을 파열시키고 호흡을 정지시켜주소서.." 23일 간 밤 밤샘 근무하고 아침부터 분주하다. 임종호씨 승용차 잠시 빌려 우선 보훈병원 장례식장에 들러 친구 빙부상 문상하고... 가슴 답답하고 소원 있을 시 가끔 찾던 강화 서단 바닷가 바람쐬고... 오후 5시께 부대장 아침노을님 만나 25일 수술 잘 받으라 하고... 애틋한 손 마주 잡고... 간절함 절실함에 자정 넘어 술 마시고 혼자 초조해 하고... 그래 또 한 밤 꼴딱 세우고... 동의한 사항이나 아내 맘이 편친 않은 모양이다 24일 오후5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이른 저녁 식사를 물 말아 먹고.. 8시 퇴근 집에 들러 배낭 꾸리고.. 용산역에서 밤10시50 출발한 열차는 구례구역에 새벽3시30분 내려놓는다. 당장 허기진 마음에 빵이라도 먹고 출발할까도 생각하였으나 말고 택시로 성삼재로 이동 곧바로 산행채비하고 떠난다. (04:10) 아직은 칠흑의 어둠을 렌턴빛으로 뚫고 노고단고개에 오르니 5시 정각이고 동쪽 반야봉을 실루엣으로 노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상태가 25분 정도 지속되더니 해님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중천으로 떠오른다. 지리산은 워낙 기후변화가 무쌍하여 삼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만 비로소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일출 장관에 감격하면서 순조로운 산행을 예감한다. 부대장 아침노을님에게 지리산 아침노을과 일출 영상 보내니 감격해 비명을 지른다. 주능선에서 떨어진 그런관계로 아직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반야봉(지리산 3대봉 : 천왕봉, 노고단, 반야봉)에 족적을 찍고 하산 중 8시가 막 넘어선다. 아침노을님은 이미 수술실에 들어 마취 시작했을 거다. 마지막 남긴 메시지 "이따 만나요.. 쉬었다 올께요.."의 여운이 슬프게 전율로 전해 온다. 이제 부턴 두 손을 모우고 합장 아니 할 수 없다. 5시간 대수술을 잘 견뎌야 하는데... 다시 주능선으로 돌아와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을 거쳐 10시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구수한 찌개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나 물만 보충하고 그대로 출발한다. 합장한 모습이 신기한 듯 시선을 보내는 많은 등산객들을 뒤로하고... 형제봉의 모진 바위길을 뚫고 진행하는데 절실한 기원을 담은 정신은 혼미해지고 갈망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11시30분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여 흐트러진 정신을 다잡고자 찬물로 세면하고 준비해간 미숫가루를 물에 타 마시고 잠시 휴식 후 출발. 벽소령을 지나 가파른 오름에 기진맥진 혼미몽롱.. 神의 냉소가 느껴진다. 마취 중에도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아침노을님 꿈 속에 찾아가 손이라도 꼭 잡았으면 좋을텐데... 수술 집도하시는 의사님께 텔레파시 보내본다. 힘드시겠지만 최선을 다해 주소서.. 덕평봉을 어렵게 넘고 칠선봉에 오르자 우측에서 좌측으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역동적 연봉이 펼쳐 보이고 우 전방으로 영신봉이 맞이한다. 영신봉을 넘으면 세석대피소가 있으리라... 또 다시 영신봉 오름에 온 힘을 쏟고 14:40 세석대피소에서 다시 혼절 직전의 머리통에 찬물을 퍼붓는다. 가져간 딱 한 개 참외를 삼키는데 몸 깊숙한 곳에서 설움이 복받친다. 만약을 위해 1박을 예약한 세석대피소에서 취소 절차를 밟고 장터목을 향하여 출발. 폭염을 온 몸으로 받으며 촛대봉 연하봉을 거쳐 16:25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마지막 1시간 남은 천왕봉 거친 오름에 대비 굳어진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고 식수를 충분히 보충하고 神에게 다시 한 번 약속 이행을 다짐 받는다. 하나 100m도 못가 도저히 한 걸음 진행이 고통이다. 숨은 턱 밑에 있고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정신은 혼미하여 아득함 마저 느낀다. 그대로 주저않아 물만 양껏 들이키고는 기꺼이 일어나 미소지으며 다시 고우~ 고우다. 한 500m 쯤 지나서 일까... 오후4시 39분 수술 후 8시간이 훌쩍 지난 시각.. 반가운 문자 메시지... "나 수술 끝났어요 힘없어서.. ㅠㅠ" 그러곤 다시 마취에 빠져든 모양이다. 神도 자신의 양보를 예감했으리라... 죽을 힘을 다하여 드디어 1915m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에 올라선다.(17:40) 산행 시작하여 13시간 30분 소요다. 모든 뫼벗님께 지리산 정기를 담은 영상 보내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하산한다.